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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사무라이, 아베 신조

prologue 아름다운 나라를 외치며 제국주의의 부활을 꿈꿨던 라스트 사무라이, 아베 신조 자신의 평생 과업인 개헌을 통해 일본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여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꿈꾸었던 아베 신조는 2022년 7월 8일 참의원 선거 유세 도중 아이러니하게 전직 해상 자위대원 야마가미 테츠야의 총격에 사망했다. 이는 일본에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최대의 정치적 사건이다. 우리에게 있어 아베 신조는 일본의 최장수 총리이자 우익의 상징이며 오늘날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최악의 관계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진 총리이다. 일본의 침략전쟁 부인, 집단적 자위권 문제,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 부정, 야스쿠니 신사참배, 독도 문제, 역사교과서 문제 등 모든 논란의 중심에 아베 신조가 있었다. 일본의 제국..
prologue

아름다운 나라를 외치며 제국주의의 부활을 꿈꿨던 라스트 사무라이, 아베 신조

자신의 평생 과업인 개헌을 통해 일본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여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꿈꾸었던 아베 신조는 2022년 7월 8일 참의원 선거 유세 도중 아이러니하게 전직 해상 자위대원 야마가미 테츠야의 총격에 사망했다. 이는 일본에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최대의 정치적 사건이다.

우리에게 있어 아베 신조는 일본의 최장수 총리이자 우익의 상징이며 오늘날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최악의 관계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진 총리이다. 일본의 침략전쟁 부인, 집단적 자위권 문제,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 부정, 야스쿠니 신사참배, 독도 문제, 역사교과서 문제 등 모든 논란의 중심에 아베 신조가 있었다. 일본의 제국주의를 꿈꾸며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를 목표로 하는 아베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매우 불편하고 우려스러운 인물이었다.

그러나 국제적인 평가나 일본 내에서의 평가는 다르다. 아베 전 총리는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는 장기침체에 허덕이던 일본에 ‘아름다운 나라’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일본인의 자존심과 자신감을 회복시켜준 지도자로 인식된다. 미국, 중국, 한국 등에 할 말은 하는 투쟁하는 지도자로 인식된다. 미국의 대중국 정책 기조인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개념을 제시한 이도 아베 전 총리다. 궁극적으로 ‘전후(戰後) 일본’을 벗어난 새로운 일본을 추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54년생인 아베 신조 총리는 52세라는 이른 나이에 전후세대로서는 처음으로 정권을 거머쥔 입지적인 정치인이다. 2006년 제90대 총리에 오른 뒤, 96대를 거쳐 현 97대 총리까지 무려 3번이나 총리 자리를 꿰찬 일본 정치의 핵심 인물이다. 아베가 우리나라와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든 현 시대를 풍미했던 정치인임에는 틀림없다. 누구보다도 오늘날 우리나라와의 관계에서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것에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한일 관계에 있어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비극적인 사망은 살아있을 때보다 더 큰 변화를 예고한다.

이 책은 최장수 총리로 일본을 이끌어온 아베 전 총리의 생애와 정책, 우리나라와의 역사적 갈등을 중심으로 기술했다. 아베는 전쟁과 평화의 피가 흐르는 진정한 정치가의 혈통에서 성장하고 자랐다. 아베의 성장과 가정환경은 그의 정치적 정체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오늘날 일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책의 객관성을 위해 우리나라와의 관계에 대한 정치적 역사적 견해는 아베의 발화를 중심으로 기술했다. 또한 갑작스런 아베의 비극적 죽음이 한일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검토해 보고자 한다.

아베의 대표적인 정책은 아베노믹스이다. 현재는 아베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에 대한 평가는 찬반이 엇갈리지만, 아베를 높은 지지율로 최장수 총리로 이끈 정책이다. 엔화 약세, 금융 완화 및 재정 지출 확대 등을 통한 경제 활성화 정책 ‘아베노믹스를 도입한 이후 수출 비중이 높은 일본 경제는 엔화 약세에 힘입어 한때 호조를 보였고, 일본 증시에 활력이 붙고 일본 대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증가 등의 효과를 거둔 한편,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재정 부채 증가 등 부작용도 겪고 있다. 또한 이로 인해 엔화 가치가 떨어져 대한민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런 경제적 성과로 아베의 지지율도 한때 76%까지 치솟았다. 두 차례 집권하는 동안 치러진 6번의 선거에서도 모두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베노믹스가 돈 풀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국가 채무 비율을 높였고, 고질적 디플레이션도 해결하지 못한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도 있다. 아베노믹스 이후 실질임금은 오르지 않자 국민들의 불만도 커져가고 있다.

정치인의 좌우명이나 존경하는 인물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정치관을 갖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아베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침략사상의 대표적 사상가인 요시다 쇼인이다. 요시다 쇼인은 에도(江戶)시대 도쿠가와(德川)막부 말기의 급진 사상가이자 교육자이다. '천하는 천황이 지배하고, 그 아래 만민은 평등하다'는 '일군만민론'(一君萬民論)을 주창한 그는 존왕양이(尊王攘夷)를 위해서 라면 극단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았던 행동파이기도 했다. 쇼인은 특히 조선을 침략하고 합병시켜야한다고 강하게 주장한 인물이다.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바로 일본의 개헌문제이다. 아베는 전쟁을 금지한 평화헌법을 개정해 일본을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만드는 일을 정치인으로 제 1과업으로 여겼다. 군사적으로 집단 자위권을 추진하는 그의 정치관에서 과거사 인식 문제는 설 자리가 없다. 그런데 누구보다도 자위대의 합법화를 위해 애썼던 그가 아이러니하게 전직 자위대 출신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일본 현대사에서 총리 암살 사건은 7차례 있었다. 대부분 우익 세력이 저질렀고, 암살 사건 후에는 정치적인 변화가 있었고 일본의 우경화를 부추겼다. 물론 아직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아베 전 총리의 사안은 과거 정치적 암살과는 거리가 멀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피격으로 사망한 직후 실시된 선거에서 자민당을 위시한 보수 세력이 결집하여 이미 일본의 연립여당은 개헌 저지선인 2/3를 넘었다. 물론 선거 결과는 애초에 자민당의 승리는 예상되었던 것으로 아베 총리의 죽음이 선거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이제 자위대를 합법화를 하고, 전쟁할 수 있는 일반국가로의 개헌 발의가 가능해졌다. 개헌 발의가 된다 하더라도 국민 투표에서 과반을 차지해야하기에 국민 여론이 매우 중요하다.

아베가 최장수 총리로 끊임없이 개헌을 위해 노력 했지만, 패전의 기억을 간직한 일본 국민들 다수는 평화헌법 개정에 반대했었다. 그런데 이번, 아베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한 추모 열기가 개헌추진의 동력이 될까 우려된다.

게다가 지금 아시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국제 사회의 동향이 우려를 더하고 있는 상황이다.

1992년 정치철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역사의 종말(The End of History and the Last Man)」이라는 책에서 “공산·사회주의는 붕괴됐으며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로 인류의 체제경쟁은 끝났다”고 말하며 냉전시대의 종식을 선언했다. 그러나 오늘날 국제 사회는 다시 냉전의 중심에 서 있다.

코비드19 팬데믹 이후 국제 정세는 협력보다는 봉쇄를 택했고, 지난 30년간 진행된 세계화의 시대에서 미국과 중국의 체제갈등을 중심으로 신냉전의 시기로 들어섰다.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 중이고 중국과 대만과의 관계도 일촉즉발이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 사회의 냉험한 현실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진핑이 트럼프를 만났을 때 “한국은 예전에 중국의 속국이었다”고 했다는 말은 그냥 지나가는 소리로 가볍게 한 말은 아니다. 이것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진핑의 기본적인 인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혼란스런 국제환경도 일본의 우경화를 이끌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물론, 우리의 우려와 다르게 우익의 상왕인 아베의 죽음으로 우파의 힘이 약해져 개헌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아베의 죽음은 제국주의 꿈을 물거품으로 만들 것인가? 제국주의 부활의 제물이 될 것인가?

이제, 개헌은 일본 국민의 선택이다. 일본 제국주의는 원자폭탄이란 비극으로 끝났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패전의 참혹함을 경험한 일본 국민들이 과거 비극적인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는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 양심있는 일본 국민들이 역사를 거울삼아 평화를 사랑하는 진정한 아름다운 나라로 함께 나아가길 바라며, 아베 사후 한일관계가 미래지향적이고 긍정적인 관계로 변화되길 바란다.
저자 윤민아

연세대학교에서 법학석사 학위를 받고,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고 중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저서로는 , <디지털시대의 자유와 권리>,<2091>, <디지털시대, 지식재산이 벤처다.> 옮긴 책으로는 <시민 불복종>,<동물농장>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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